함평향교 유림회관에서 열린 최진석의 철학강좌 사진 |
지난 주말 함평향교 유림회관 강의실에서 철학자 최진석 교수의 (사)새말새몸짓 철학강좌가 열렸다.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씨임에도 50여 명의 수강생이 참석한 가운데 강의 현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이날 강의 주제는 ‘부모는 어떻게 하다가 교육으로 자식을 망치는가’. 20대 젊은이들부터 아이와 함께 온 학부모까지 다양한 수강생들이 함께 자리했다.
“오늘 강의 주제는 꼭 부모자식에게만 해당 되는 내용은 아닙니다. ‘부모는 어쩌다 교육으로 자식을 망치는가’, ‘국가는 어떻게 인재 교육을 망치는가’, ‘인간은 어떻게 하다가 스스로를 망치는가’에 대해 질문하는 것이죠. 부모님 대상 교육이라기보다는 국가와 개인, 모두가 이 질문에 포함됩니다.“
최 교수는 ‘인간에게 교육이 필요한 이유’를 역설하며 강의를 시작했다. ”인간은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 배워야 할 것이 많은 동물입니다. 소는 낳자마자 얼마 안 돼서 바로 걷지만, 인간은 한참을 머리도 못 가누죠. 인간은 양육자의 끊임없는 교육과 노력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진화의 시간을 거칩니다.“
그러면서 최 교수는 인간에게 교육이 필요한 것처럼, 국가의 발전 또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나라가 바로 서기 위해선 두 기둥이 필요합니다. 하나는 국방, 하나는 조세입니다. 또한 국방과 조세가 바로 서려면 ‘정치’와 ‘교육’이라는 두 개의 톱니바퀴가 잘 맞물려야 합니다. 좋은 정치를 바탕으로 이뤄진 양질의 산업에서 세금이 나오고, 이는 곧 튼튼한 국방, 부강한 국가를 만듭니다. 고로 교육은 국가를 만들어 내는 핵심 장치입니다.“
최 교수는 ”나라를 구하려면 먼저 교육에 집중하라“며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조선 말기 급변하는 사회 속, 배워야 할 것들을 놓치고 결국 우리는 일본의 식민지가 됐습니다. 현재의 대한민국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사회는 변하는데 우리 교육 수준은 숫자로 점철되는 30년 전의 교육에 멈춰있습니다. 심지어 사교육을 닮아가고 있는 듯한 문제에 봉착해 있습니다.“
OECD 국가 중 행복의 조건을 가족, 휴식, 일 등으로 꼽는 것에 반해 한국만 유일하게 ‘돈’을 최고의 조건으로 삼는 것에 대해 ”이 사회가 결국 물질적, 피상적인 것에 매몰돼 있다“며 ”의대 증원과 관련한 현재의 갈등 또한 비슷한 맥락 아니겠는가“라며 비판했다.
또한 최 교수는 ”수능과 수시, 교과 비율제 등 정부는 교육 시스템 바꾸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며 ”현재 우리의 교육은 사랑을 잊고 있다. 교육이 사라졌고, 고로 사랑이 사라졌다“고 강조했다.
”인생은 짧고 우리는 금방 죽습니다. 그리고 세상은 변합니다. 변하는 세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선 지금부터라도 올바른 교육을 해야만 합니다. 자식을 교육하고 싶은 마음보다 사랑하는 마음을 회복하시길 바랍니다.“
한편, 최진석의 철학 강좌 2기는 오는 22일부터 7월6일까지 3주간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함평향교 야외마당에서 진행된다(우천 시 향교 유림회관). 강의 이후에는 1시간여 간 자유토론이 이뤄진다. 강좌 참여는 새말새몸짓 사무국에 전화 또는 당일 현장 접수를 통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