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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굿보이’ 영상 캡처, SLL, 스튜디오앤뉴,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
JTBC 토일드라마 ‘굿보이’(연출 심나연, 극본 이대일, 제작 SLL, 스튜디오앤뉴,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최종회에서 민주영(오정세)은 자신이 만든 인성시 카르텔을 망가뜨리기로 했다. 고위 관료들과 ‘굿벤져스’를 모두 없애기 위해 대규모 독가스 테러를 일으킨 것.
온갖 반칙이 난무하는 세상, 맞서 싸워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누구도 반박하지 못할 완벽한 KO승” 뿐이었다. 강력특수팀, 윤동주(박보검), 지한나(김소현), 김종현(이상이), 고만식(허성태), 신재홍(태원석)은 온몸을 던지는 총력전으로 사람들을 구해냈다.
이제 남은 건 민주영 체포였다. ‘굿벤져스’는 마지막 탈출을 시도한 그를 끝까지 놓치지 않았다. 각각 조선족 조폭 보스 백석춘(안세호), 러시아 마피아 미샤(막심), 보안팀 장실장, 그리고 민주영을 노리는 일본 야쿠자 등 악의 카르텔과 치열한 격투전을 벌이며 차례로 적들을 제압했다.
마침내 민주영을 찾아낸 윤동주는 짜릿한 어퍼컷을 날렸다. 끝을 예감한 민주영이 모든 걸 포기한 채 바닷속으로 몸을 던졌을 땐, 주저 없이 뛰어들어 “대한민국 쓰레기는 대한민국 공무원이 치워야지”라며 기어코 수중 수갑을 채웠다.
민주영은 결국 윤동주의 복싱 후배 이경일(이정하)에게 본인이 한 것 그대로, 누군가의 지시를 받은 교도관에게 옥중 살해돼 죽음을 맞았다.
“목숨 바쳐 인성시를 구한 영웅들”로 훈장까지 받은 특수팀은 시간이 흘러 각자의 자리에서 인생 2막을 시작했다. 윤동주는 펀치드렁크 치료를 받으며 소소한 일상으로 안정을 되찾았고, 회복한 정미자(서정연)와 진짜 엄마와 아들로 서로를 받아들이며 온기를 나눴다.
윤동주의 연인 지한나는 경찰 특공대 제복을 입고 또 다른 작전에 투입되며 사명감을 이어갔다. 김종현은 펜싱 지역대표 선발전에 복귀해 다시 피스트 위에 섰고, 고만식은 진급과 함께 막둥이 임신 소식까지 겹경사를 맞았다.
신재홍은 가족들과 함께 애국가를 부르며 든든한 가장이자 경찰로서 자부심 가득한 일상을 살아갔다. 그렇게 ‘굿벤져스’는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완벽한 승리를 거머쥐며, “우리 모두 챔피언(We are the Champions)”이라는 외침에 가장 잘 어울리는 ‘굿’ 피날레를 완성했다.
이처럼 ‘굿보이’는 단순한 수사물, 흔한 히어로물의 문법에서 벗어나, 마지막까지 뜨겁고 유쾌하게 내달리며 시청자들의 진심 어린 응원과 열광을 동시에 이끌어냈다. 무엇보다도 이 드라마를 특별하게 만든 1순위는 단연 ‘배우들의 재발견’이었다.
박보검은 피-땀-눈물로 그린 불도저 캐릭터를 통해 순수한 열정과 처절한 각성을 오가며 입체적인 캐릭터를 완성했고, 김소현은 거침없는 추진력과 강단을 완벽히 덧입혀 ‘테토 형사’의 진가를 제대로 발휘했다.
이상이는 트라우마를 극복해낸 청춘 성장 서사를 섬세한 감정 연기로 그려내며 내공을 증명했고, 허성태는 투박하지만 따뜻한 리더를 선보이며 색다른 인간미를 입었다. 태원석 역시 든든하고 충직한 캐릭터에 자신만의 결을 부여하며 존재감을 빛냈다.
이런 5인의 캐릭터가 ‘굿벤져스’가 뭉쳤을 때 빛을 발한 앙상블은 그 어떤 팀플레이보다 강력했다. 이들이 함께 달리고, 함께 부딪히고, 함께 성장하는 장면 하나하나가 드라마의 에너지 자체였다.
여기에 오정세는 인성시 악의 카르텔을 세운 강력한 ‘배드보이’ 캐릭터를 가장 평범한 얼굴을 한 가장 추악한 괴물로 만들어냈다. 특히 2회부터 그 정체를 드러내며, 최종회까지 긴 호흡으로 긴장감을 조이는 괴력을 발휘한 건 오정세이기에 가능한 클래스였다.
무엇보다 회를 거듭할수록 한 사람도 허투루 쓰이지 않은 인물 구성과 균형 잡힌 호흡이 드라마 전체의 재미를 견인했다. 그 결과 ‘굿보이’는 굿데이코퍼레이션의 펀덱스(FUNdex) 화제성 지수에서 매주 상위권을 기록했고, 그중 3주는 1위에 오르며 뜨거운 반응을 입증했다.
출연자 화제성 부문에서도 박보검, 김소현, 오정세가 꾸준히 이름을 올렸으며, 특히 박보검은 방송 기간 내내 1위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는 독보적 존재감을 뿜어냈다.
무엇보다 ‘굿보이’는 단순한 수사극 그 이상을 보여줬다. 국가대표 메달리스트 출신이라는 이색 설정은 배우들의 색다른 변신을 가능케 했고, 각자의 주 종목인 복싱, 사격, 펜싱, 레슬링, 원반던지기의 기술적 요소를 액션에 녹여내며 히어로 무비를 방불케 하는 박진감을 선사했다.
불의를 향해 정의의 강펀치를 날리는 윤동주, 화끈하고 거침없는 명사수 지한나, 펜싱 검 대신 정의의 검을 든 김종현, 어떤 상황에서도 끝까지 버티는 레슬링 파이터 고만식, 강철 어깨로 한 방 제압에 나서는 신재홍까지.
이들의 시너지가 만들어낸 팀플레이는 단순한 액션을 넘어선 정의를 향한 뜨거운 질주였다. 이렇게 각각의 종목 특성을 살린 액션을 완성하기 위해 다섯 배우 모두 수개월간 구슬땀을 흘렸고, 그 피땀어린 노력이 리얼 액션의 짜릿한 몰입감으로 이어지며 시청자들의 심장을 뜨겁게 뛰게 만들었다.
심나연 감독 특유의 세련되고 감각적인 연출은 스타일리시한 액션 시퀀스의 화룡점정이었다.
히어로물의 통쾌함 뒤엔 곱씹게 되는 메시지의 여운이 남았다. 온갖 반칙과 비양심이 판치는 세상에서 찢기고 깨져 몸이 부서지더라도 윤동주와 ‘굿벤져스’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끝까지 선의를 지켜냈다.
착하게 태어난 것이 아니라, 착하게 살려고 노력하고, 단 한 방의 KO승이 아니라, 수없이 쓰러지고도 다시 일어나 승리하는 가치를 몸소 증명해낸 것이다.
“돈과 욕심이 있는 한 세상은 절대 안 변한다”는 사형수 민주영의 냉소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은 건 “또 너 같은 놈이 나타나면, 또 나 같은 놈이 똑같이 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언젠가 성화는 꺼지고 기억은 희미해질지라도, 모두가 뜨거웠던 그날의 심장은 여전히 우리 안에서 터질 듯 울어대고, 힘차게 고동친다. ‘굿보이’는 그 열기를 끝까지 놓지 않으며,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가장 뜨겁고도 묵직한 대답을 남겼다.
박시현 기자 knews111@daum.net